점점 심해지는 두근거림으로 심방세동을 진단
점점 심해지는 두근거림으로 심방세동을 진단
♡ 심장이 두근두근.. 점점 심해지는데..
진료실에 70대 어르신 한 분께서 머뭇거리며 들어오셨습니다.
병원에 올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다 왔다며 운을 떼셨는데, 같은 증상으로 6-7년 전부터 여러 차례 병원에 다녔고 그 중에 몇 번은 정밀 검사까지 받았지만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반 년 사이 두근거림 증상이 점점 자주 발생해서 근래에는 거의 매일 발생하는데 이번에도 병원에 가봤자 소용 없을 거라는 생각이 앞서 병원 오기가 꺼려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리해보니 두근거림은,
- 쉴 때나 활동할 때 상관없이
- 거의 매일, 주로 오전에
- 갑자기 발생
- 항상 다른데 보통 몇 분 정도 지속하다가 좋아짐
- 처음에는 몇 개월에 한번 발생하였는데 최근에는 좀더 자주 발생
- 가슴이 조금 답답하지만 참을만은 한 정도
- 그럴 때 혈압계로 혈압을 재보면 정상인데 기계에서 부정맥이 있다고 나오면서 맥박은 100이 조금 넘는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외에 담배는 하지 않지만 술은 자주 하시는 편이고, 부모님 중 혈압, 당뇨, 뇌졸중 (중풍)으로 고생하신 분이 계셔서 더 걱정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전에 무슨 검사를 받아보셨는지 여쭤보았더니, 처음에는 피검사, 심전도 검사에서 특별한 문제 없으니 지켜보자고 들었고, 그 다음에는 24시간동안 심전도 장치를 장착하는 홀터 검사를 벌써 4번이나 해보셨고, 그 외에도 운동부하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와 CT 검사를 해보았는데 정상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다시 또 검사를 해봐야될지 말아야될지 고민이라 상담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오셨는데 그래도 되는지 물어보십니다.
♡ 이번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두번 검사한게 아닌데..
두근거리는 증상을 상당히 분명히 인지하시는 편이기 때문에, 심장 문제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의 두근거림은 그 증상이 발생하는 그 순간을 잡아내야 하는데 그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복잡한 검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검사가 틀렸을 가능성보다는, 증상이 발생하는 그 순간에 검사가 시행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검사해봐도 어차피 마찬가지일 것을 걱정하셨습니다.
"어디 한번 두근거려보세요..."
제가 어르신께 "어디 한번 두근거려보세요..." 라고 해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게 안되니까요..
가끔 발생하는 두근거림을 진단하려면, 그 순간을 잡아내거나 아니면 일부러 그 순간을 만들어내거나 해야 하는데 둘 다 어렵지만, 사실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 요새 하는 검사들
우선 요새 많이 사용하는 장착형 (웨어러블) 장치들이 있을 것입니다 (손목시계 형태나 부착형 등). 잡음 신호가 적게 그래프를 잘 확보해서 오시는 경우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료용 자료 (어떤 치료를 시작하거나 변경하기 위한 분명한 근거)로 인정받기에 부족한 그래프들이 많습니다.
24~48시간 연속 심전도 검사 (Holter monitoring)검사를 시행하거나 이벤트 기록기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연속 심전도 검사는 병원에서 몇 개의 줄을 가슴에 스티커로 부착해주고 그 줄이 연결된 손바닥보다 작은 기계장치를 주머니에 넣거나 몸에 부착한 상태로 귀가하여 밤이나 낮이나, 일상생활을 하거나 쉬거나 음식을 먹거나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심장 박동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이벤트 기록기는 병원에서 기기를 대여해주고 환자가 집에서 증상이 있을 때 몸에 기계를 부착하여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이식형 이벤트 기록기 (implantable loop recorder) 라는 것도 있습니다. 새끼 손가락 길이의 얇은 장치를 왼쪽 앞가슴 피부 밑에 삽입합니다. 삽입하는 일은 무척 쉬워서 꼼꼼하게 소독하고, 삽입 부위를 국소 마취하여, 주사를 놓듯이 기록기를 쑥 삽입하면 끝입니다. 준비와 소독이 오래 걸리지 삽입 자체는 1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시술입니다. 넣어두면 마치 자동차 블랙박스처럼 2-3년 이상 지속적으로 심장 박동을 모니터할 수 있으니 무척 유용합니다. 진단이 확실하게 된 이후에는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부에 따라 왼쪽 앞가슴 중앙에 5mm 정도의 흉터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검사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인 두근거림이나 실신 또는 심방세동이 의심되는 뇌졸중 등 특별한 경우에만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 두근거림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운동부하 검사를 하기도 하고 입원해서 심장에 도관을 넣고 직접 자극을 하는 심장 전기 생리학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또는 환자의 증상이 발생하는 상황에 알맞는 다른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다른 심장질환에 의해 두근거리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그 심장 질환에 대한 검사에 더 집중을 하기도 합니다.
♡ 해봤던 검사를 똑같이 또 하자고?
신체 검진을 한 후 부정맥 검사 방법들에 대해 설명드리고, 이전에는 병이 심하지 않아서 병이 안 잡혔던 것이고 똑같은 검사지만 24시간 연속 심전도 검사 (Holter monitoring)만 다시 해보아도 이제는 매일 발생하니 잡힐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큰 마음을 가지고 오셨는데 이전에 해봤던 검사를 반복한다니 많이 망설여지셨겠지만, 저를 믿어주셔서 그렇게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로 오전에 증상이 있으니, 검사 후 진료는 오전 일정으로 변경하였습니다.
♡ 다행히 부정맥을 진단

심장 박동이 고르고 정상적인 상태

심장 박동이 규칙적이지 않고 잔떨림이 보이는 심방세동 상태
검사 결과 다행히도 이번 검사에서는 그 순간을 잡을 수 있었고 "심방세동"이라는 질병이 확인되었습니다. 증상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는 치료 계획을 세우고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어떤 검사가 필요할까
시간이 지나 병이 조금 진행한 상태로 오셨기 때문에 더 정밀검사를 하기 보다는 이전과 똑같은 검사를 반복했음에도 정확히 진단을 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큰 병원의 기계가 좋아서 진단이 더 잘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전 검사 때는 병이 심하지 않아 진단이 되지 않았던 것이고, 병이 심하지 않으니 괜찮다는 판정을 받았던 것도 맞는 설명을 들으신 것입니다. 즉,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같은 검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물론 무언가 점점 심해지는 증상이기 때문에, 이번 연속 심전도 검사에서도 진단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더 정밀 검사로 넘어가자고 권유드렸을 것입니다.
♡ 똑같은 환자는 한 분도 없습니다.
모두의 증상과 상황은 다릅니다. 나이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질환도 다르고 드시고 있는 약물이나 음식도 다릅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사정도 다르고, 검사나 치료를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다릅니다. 두근거리는 증상의 원인을 꼭 찾아내야 되는 직업을 가진 분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원인 질병명을 찾고 싶은 분들도 있으시지만 큰 문제 아니라는 정도만 알면 더 검사를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십니다.
충분히 듣고 충분히 설명드리고 걱정하지 않게 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짧은 외래 시간 중에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 죄송합니다.

이 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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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진료를 통해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