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칼럼

심장 건강 이야기, 차명진 원장이 직접 씁니다

인공심박동기 감염, 쇠약한 환자일수록 빼야 산다 — 사망률 절반으로 낮추는 제거 시술

인공심박동기 감염, 쇠약한 환자일수록 빼야 산다 — 사망률 절반으로 낮추는 제거 시술

인공심박동기 감염, 어려운 결정의 순간

인공심박동기(pacemaker), 제세동기(ICD) 같은 장치는 서맥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나 lead(전선)에 감염이 생길 수 있고, 한번 자리잡은 감염은 항생제만으로는 잘 낫지 않습니다. 균이 lead 표면에 막(biofilm)을 만들어 약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의 원칙은 분명합니다. 모든 장치와 lead를 완전히 제거한 뒤 항생제를 충분히 쓰고, 새 장치를 다시 삽입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박동기 감염 환자 대부분이 70-80대의 쇠약한(frail) 환자라는 점입니다.

의료진은 자연스럽게 망설입니다.

"몸이 이렇게 쇠약한데 lead 제거 시술까지 견딜 수 있을까?"

"차라리 항생제만 쓰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 선의에서 나오는 합리적 고민이지만, 이 직관이 정말 맞을까요?

미국에서 28만 명을 추적한 결과

2026년 4월 Journal of Cardiovascular Electrophysiology에 의미 있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National Readmissions Database를 이용해 2016-2021년 CIED 감염으로 입원한 성인 288,402명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발견 1. 쇠약한 환자는 4명 중 1명

CIED 감염 입원 환자의 25.1%가 쇠약한 상태였습니다. 결코 예외적인 그룹이 아닙니다.

발견 2. 쇠약한 환자의 결과는 훨씬 나쁩니다

지표

쇠약한 환자

그렇지 않은 환자

입원 중 사망률

10.8%

4.6%

30일 사망률

9.2%

5.5%

발견 3. 그런데 쇠약한 환자에게 시술은 덜 시행됩니다

쇠약한 환자의 TLR 시행률: 10.8%

그렇지 않은 환자의 TLR 시행률: 13.4% (aOR 0.80)

쇠약한 환자일수록 적극적 치료에서 배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정적 반전

연구의 핵심은 다음 결과에 있습니다.

Lead 제거 시술은 쇠약한 환자든 그렇지 않은 환자든,

양쪽 모두에서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의미 있게 낮췄습니다.

쇠약한 환자라고 해서 시술의 이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술을 받은 쇠약한 환자가 받지 않은 쇠약한 환자보다 결과가 좋았습니다. 우리가 "이 환자는 너무 쇠약해서 시술이 무리"라고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환자들이 사실은 시술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던 환자들이었던 셈입니다.

왜 그럴까

감염된 lead가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항생제로 균을 일시적으로 눌러도 결국 다시 자라납니다. 균이 심장 안쪽까지 침투하면 심내막염, 패혈증으로 이어지죠. 쇠약한 환자일수록 이런 합병증을 견뎌낼 여력이 적습니다.

즉 쇠약한 환자야말로 감염원을 빨리 없애는 것이 절실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

물론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selection bias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28만 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쇠약하니까 시술을 안 하는 게 안전하다"는 통념이 항상 옳지는 않습니다.

시술의 부담과 감염의 부담을 함께 저울에 올려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쇠약함 자체가 시술 제외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는 익숙한 직관 하나를 흔들었습니다.

"쇠약한 환자일수록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분들을 떠올리며 되새겨봅니다.

Bharadiya V, et al. J Cardiovasc Electrophysiol. 2026 Apr 27. doi:10.1111/jce.70347

대표원장 차명진

내과 전문의 / 심장내과 전문의 / 부정맥 중재시술 전문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진료를 통해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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