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주파도 냉각도 아닌 심방세동 시술 — 펄스장절제술 (PFA)은 무엇?
(1) 고주파도 냉각도 아닌 심방세동 시술 — 펄스장절제술 (PFA)은 무엇?
시작하며 — 3탄에 걸쳐 풀어가는 PFA 이야기
부정맥 분야에서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든 기술이 있습니다.
Pulsed Field Ablation (PFA, 펄스장절제술) 입니다.
2026년, 미국 부정맥학회(HRS) 와 유럽 부정맥학회(EHRA)가
공동으로 PFA에 대한 첫 공식 입장문(scientific statement) 을 발표했습니다.
이 문서는 PFA가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부정맥 시술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음 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이 입장문을 참고하여 PFA에 대한 내용을 세 편으로 나눠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1탄 (오늘 글) — PFA가 무엇이고, 기존 시술과 어떻게 다른지
2탄 — PFA가 정말 안전한가, 새로 드러난 합병증은 무엇인지 (https://blog.naver.com/drchaheart/224275201193)
3탄 — 심방세동을 넘어 PFA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https://blog.naver.com/drchaheart/224275803835)
오늘은 그 첫 번째, !!!PFA의 정체!!! 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심방세동 시술의 역사 — "지지거나 얼리거나"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의 시술 치료는
카테터 절제술(catheter ablation) 이라고 부릅니다.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catheter) 을 심장 안으로 넣고,
부정맥을 일으키는 비정상 전기 통로를 차단하는 시술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입니다.
지난 30년간 두 가지 방법이 표준이었습니다.
1. Radiofrequency ablation (RF, 고주파 절제술)
카테터 끝에서 고주파 에너지를 보내 조직을 약 60도까지 가열해 태웁니다.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방법입니다.
2. Cryoablation (냉각 절제술)
반대로 도관 끝을 영하 50도 이하로 얼려 조직을 파괴합니다.
풍선 모양 도관(cryoballoon) 으로 폐정맥 입구를 둘러싸
한꺼번에 얼리는 방식이며, 간단한 장점이 있습니다.
두 방식 모두 온도 변화로 세포를 죽인다 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열 기반 시술(thermal ablation) 이라고 부릅니다.
열 기반 시술의 그늘
이 방식들은 효과가 입증되어 있고 수십 년간 부정맥 치료의 근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열은 조직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심장 뒤편에는 식도 가 있고, 옆에는 횡격막 신경 이 지나갑니다.
위쪽으로는 폐정맥 이 좁아질 수 있고, 가까이에 관상동맥 도 있습니다.
열로 심장 조직을 지지다 보면 이 주변 조직들도 함께 손상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나, 예상치 못한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심방-식도 누공 — 식도와 심방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매우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
횡격막 신경 마비 —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음
폐정맥 협착 — 폐정맥 입구가 좁아져 호흡 곤란, 혈담 등을 유발
발생률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결과가 심각합니다.
의료진은 늘 이 위험을 의식하며 시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발상 — "전기로 세포에 구멍만 뚫자"
PFA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합니다.
열을 쓰지 않습니다.
고전압의 전기 펄스를 짧게 (백만분의 일 초 단위)
반복적으로 쏘아 세포막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것 입니다.
이 현상을 electroporation (전기천공) 이라고 부릅니다.
전기로(electro) 구멍을 뚫는다(poration) 는 뜻입니다.
충분히 강한 전기장에 노출되면
세포막이 더 이상 정상 기능을 못 하고 결국 세포가 죽습니다.
여기서 PFA의 결정적 장점이 나옵니다.
조직마다 전기에 대한 민감도가 다릅니다.
심장 근육 세포는 비교적 낮은 전기장에서도 손상되지만,
식도 근육층과 신경 세포는 더 높은 전기장이 필요합니다.
즉 PFA의 강도를 잘 조절하면 심장 세포만 골라서 죽이고,
주변 식도와 신경은 살릴 수 있다 는 뜻입니다.
물론 100% 선택적이지는 않습니다.
너무 가까이, 너무 강하게 쏘면 식도와 신경에도 영향이 갑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PFA 기술의 핵심입니다.

https://mymedicineadvisor.com/health/afib-ablation-cost-success-rate-2026/
도입 5년 만에 수십만 건 — 가장 빠르게 퍼진 부정맥 기술
PFA는 2021년 유럽에서 처음 임상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전 세계에서 수십만 건 의 시술이 시행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PFA를 부정맥 분야 역사상 가장 빠르게 도입된 기술 이라고 평가합니다.
왜 이렇게 빠르게 퍼졌을까요?
1. 효과는 비슷한데 안전성은 더 좋다
여러 연구에서 PFA는 기존 RF나 cryoablation 과 효과 면에서 비슷함이 입증되었습니다.
효과는 비슷하면서 식도 누공, 폐정맥 협착 같은 치명적 합병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2. 시술 시간이 짧다
기존 RF로 한 시간 이상 걸리던 폐정맥 격리술
PFA로는 훨씬 빠르게 끝납니다.
환자 부담과 마취 시간이 줄어듭니다.
3. 시술자의 숙련도 의존성이 낮다
열 기반 시술은 도관-조직 접촉, 에너지 출력 조절 등 세밀한 조작이 필요했습니다.
PFA는 한 번의 펄스 발사로 넓은 영역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시술자 의존도가 낮습니다.

https://media.defense.gov/2024/Jul/11/2003501264/1920/1080/0/240710-D-AB123-1000.JPG
그러나 새로운 숙제도 등장했다
여기까지만 들으시면 PFA는 완벽한 기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의학에 완벽한 기술은 없습니다.
PFA가 빠르게 퍼지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합병증 들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적혈구가 깨지는 용혈 (hemolysis) 과 그로 인한 신장 손상
관상동맥이 연축 되는 현상
시술 후 수 시간 ~ 수 일이 지나서야 나타나는 지연성 합병증
발생률은 낮지만,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2탄의 주제 입니다.
마무리
100년 전 Einthoven이 심전도를 발명한 이후
부정맥 의학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청진기 → 심전도 → 약물 → 카테터 절제술 → 이제 PFA까지.
매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을 마주합니다.
"더 효과적인가? 더 안전한가?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가?"
PFA는 이 질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답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음 글에서는 PFA의 새로운 안전 문제들을 차분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참고: Verma A, et al. 2026 HRS/EHRA Scientific Statement on Pulsed Field Ablation for Cardiac Arrhythmias. Heart Rhythm. 2026.
심방세동 시술을 오랫동안 누구보다 많이 해왔고
PFA를 처음 국내에 도입하고 테스트를 했던 사람으로서,
이 기술이 짧은 시간에 얼마나 멀리 왔는지 매번 새삼 놀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새로운 기술의 그늘진 면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대표원장 차명진
내과 전문의 / 심장내과 전문의 / 부정맥 중재시술 전문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부정맥)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부정맥)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진료를 통해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