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판막 역류" 소견을 받으셨다면
얼마 전 40대 초반 여성분께서 건강 검진 결과지를 들고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종이에는 "승모판막 역류, 경미"라는 한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분은 며칠째 잠을 설쳤다고 하셨습니다. 친척 중에 심장 판막 질환으로 수술을 하신 분이 계셔서, 심장 판막이 샌다는 말이 결국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셨던 것입니다. 결과지를 함께 보고 정밀 심장초음파 기기로 다시 확인한 뒤, 저는 이 소견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검진에서 심초음파를 받은 분들 중 상당수가 판막 역류라는 표현을 결과지에서 만나게 됩니다.

정상 승모판막
새는 것 자체가 병은 아닙니다
심장에는 네 개의 판막이 있고, 피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문은 금속처럼 딱 맞물리는 구조가 아니라 얇고 부드러운 조직이라, 닫히는 순간 아주 미세한 틈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틈으로 소량의 피가 되돌아가는 흐름을 초음파 도플러가 잡아낸 것이 검진 결과지에 적히는 역류입니다.

좌측 영상에서 color doppler로 이용하여 보면 우측 영상과 같이 닫힌 판막 사이에 미세 역류를 확인할 수 있음
모든 사람에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고, 판막마다 빈도가 크게 다릅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심초음파를 해 보면 승모판막과 삼첨판막에서는 열에 여덟아홉 정도에서 미세한 역류가 관찰됩니다. 다만 이 대부분은 흔적이라고 표현할 만한 아주 적은 양이고, 결과지에 경도라고 적힐 정도가 되는 경우는 다섯에서 여섯 명 중 한 명 정도입니다. 폐동맥판막도 미세한 역류는 흔하게 보입니다. 반면 대동맥판막은 사정이 달라서, 젊은 연령에서는 드물고 나이가 들면서 늘어납니다.
이렇게 심장 구조에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적은 양의 역류는 생리적 역류라고 부르고, 질환으로 보지 않습니다.
요즘 검진에서 이 문구를 더 자주 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초음파 장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미세한 흐름까지 잡히는 것이지, 판막이 나빠진 사람이 늘어난 것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봐야 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역류가 있다, 없다보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역류의 양입니다.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누는데 경도는 대부분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판막의 모양입니다. 승모판막 탈출증이 있는지, 대동맥판막이 두 개의 판으로 되어 있는 이엽성 판막인지, 류마티스열 후유증으로 판막이 두꺼워지지는 않았는지를 봅니다. 역류의 양이 적더라도 판막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진행할 수 있어 관리 대상이 됩니다.
셋째, 심장의 크기와 기능입니다. 역류가 오래되고 양이 많으면 심방이나 심실이 늘어나고 수축 기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심장 크기와 기능이 정상이라면 지금 그 역류는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도이면서 판막 모양이 정상이고 심장 크기와 기능도 정상이라면, 결과지의 그 한 줄은 걱정할 소견이 아닙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동맥판막 역류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젊은 연령에서는 흔하지 않은 소견이라, 경도라도 판막이 이엽성은 아닌지, 대동맥 뿌리가 늘어나 있지는 않은지는 한 번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적어 보이는데 적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진료실에서 이런 경우도 만납니다.
결과지에는 승모판막 역류라는 표현만 있었는데, 다시 심초음파를 해 보니 승모판막의 일부가 제자리에서 밀려 올라가 있었고 역류의 양은 중증이었습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역류가 흐르는 방향에 있습니다. 판막이 고르게 닫히지 않고 한쪽만 처지면, 되돌아가는 피는 심방 한가운데로 곧게 뻗지 않고 심방 벽을 따라 비스듬히 흐릅니다. 벽에 붙어 흐르는 물줄기가 넓게 퍼지지 못하는 것처럼, 이런 역류는 화면에서 실제보다 가늘고 작아 보입니다. 색으로 보이는 면적만으로 판단하면 실제보다 가볍게 읽힐 수 있습니다.
위 영상이 그런 경우입니다. 색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역류는 심방 벽을 타고 뒤쪽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류를 볼 때는 한 화면만 보지 않습니다. 여러 각도의 단면을 돌려 가며 판막의 어느 부위가 처졌는지 확인하고, 역류가 가장 좁아지는 지점의 폭을 재고, 폐정맥으로 되돌아가는 혈류의 모양을 보고, 좌심방과 좌심실이 늘어나 있는지를 함께 맞춰 봅니다. 승모판막은 여러 개의 작은 조각이 맞물려 닫히는 구조라, 어느 조각에 문제가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수술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근거들이 서로 맞지 않으면 다시 봅니다.
기억하실 것은 한 가지입니다.
결과지의 표현과 몸 상태가 어긋난다면 그냥 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역류는 경도라는데 심장이 커져 있다고 적혀 있거나, 숨이 차는데 별 이상 없다는 설명만 들으셨다면 한 번 더 확인할 이유가 됩니다.
이럴 때는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예전보다 계단이나 오르막에서 숨이 차거나, 조금만 걸어도 힘든 경우
누우면 숨이 답답하거나 발과 다리가 붓는 경우
두근거림이 반복되거나, 어지럽고 쓰러질 뻔한 적이 있는 경우
결과지에 중등도 이상, 승모판막 탈출증, 이엽성 대동맥판막, 심방 확장 같은 표현이 함께 적힌 경우
류마티스열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 중에 판막 질환으로 수술받은 분이 있는 경우
증상 없이 경도 역류만 적혀 있다면 급하게 오실 일은 아니지만, 위의 항목에 해당한다면 결과지를 가지고 한 번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초음파는 언제 다시 받아야 할까요
판막 모양이 정상이면서 보이는 생리적 역류라면 정해진 추적 일정 자체가 없습니다. 증상이 생기거나 다른 이유로 심장 검사가 필요할 때 다시 보면 됩니다.
판막 자체에 이상이 있어 판막 질환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대략의 기준이 있습니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 지침은 증상이 없고 상태가 안정적인 경우 경도는 3년에서 5년, 중등도는 1년에서 2년, 중증은 6개월에서 1년 간격의 심초음파를 권고합니다. 심실이 커지고 있다면 더 자주 봅니다. 국내 건강보험도 중등도 이상의 판막 질환에는 1년에 한 번 추적 심초음파를 급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진 결과지의 한 줄은 진단이라기보다 관찰 기록에 가깝습니다. 판막이 조금 샌다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심장에 병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역류가 어느 정도인지, 판막의 모양은 어떤지, 심장 크기는 그대로인지는 한 번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몇 년 뒤에 봐도 되는 소견인지, 조금 더 자주 봐야 하는 소견인지를 나누는 일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혼자 검색하며 걱정을 키우시기보다는, 정밀 초음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마음을 놓으셨으면 합니다.
대표원장 차명진 (서울프라임하트내과)
내과 전문의 / 심장내과 전문의 / 부정맥 중재시술 전문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부정맥)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부정맥) 전임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진료를 통해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